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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 연애천재 여친님과 성실정력열애 중 / 렛세이 4기 화요일의 낑깡 / #Pride #LoveWins #LoveIsLove #Feminist 김철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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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금) +1

나란한 걸음 / 2015. 8. 31. 01:03




퇴근하고 이수역으로 가는 길. 너무너무 떨리고 솔직히 뭐가 무서운지는 모르겠지만 참 무섭기도 하고. 여하튼 잔뜩 쫄려서 진짜 쫄보 중의 쫄보가 된 기분이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애써 침착하게, 이수역 꾼노리로 향했고. 룸 술집으로 가서 나를 족치겠다는 여친님(그때까지는 아직 여자사람 친구이셨지만..)의 선전포고에 진짜 죄라도 지은 것 마냥 쫄아서는 자책하고 또 자책했더랬다. 대체 왜 그 전날 밤, 술집에서 근 3년? 4년? 하여튼 그만큼을 미뤄왔던 커밍아웃을 했으며. "나 사실 널 좋아해. 하지만 친구인 너를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따위의 병신 김빠진 콜라 마시는 소리를 지껄인걸까.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까지 쪽팔리게 말하지는 않을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다가. 또 한편으로는 일이 뭐어. 기왕에 다 이렇게 되어버렸고. 일단 낮에 방송에 보냈던 그 고민사연(..)을 들었다던 여친님의 반응이 막 심각하게 나쁘거나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실 될대로 되라,하는 마음으로. 아무튼. 술집에 먼저 도착했다. 고맙게도 알바언니는 나를 으슥한 18번 방으로 안내했고(십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나는 먼저 술을 시키고 있겠노라며, 치즈불닭과 유자처럼을 한병 주문했다. 본나. 


여친님이 도착했을 때 쯤엔 난 거의 한 병을 홀로 다 비운 상태였고. 도착한 여친님도 평소와 달리 꽤 상기된 얼굴로 술부터 들이켰다. 어디가서 안주 남기고 오는 애들은 아닌데 우리가. 그날 눈앞에 있던 치즈불닭.. 5분의 1 정도? 먹은 것 같지. 아무튼 여친님은 날더러 어쩔껀데~ 어쩌고 싶은데~ 추궁하고 나는 아니야.. 왜.. 내가 잘못했어.. 안그럴게.. 우리 이거 아닌거같아.. 따위의 말도 안되는 철벽을 아주 무드없게 치고 지랄이셨고. 그러나 그럴꺼면 이제 얼굴도 보지 말자는 둥. 혹시 고자가 아니냐는 둥. 얼마나 더 꼬셔야 되냐는 둥. 하시는 여친님이 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살살 정신줄 붙잡은 이성의 손이 조금씩 느슨해 지고 있었다. 늘어가는 술병과 함께. 내가 영 뜻뜨미지근 병신처럼 굴고 있으려니, 난년이라 소문난 여친님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였고. 옆자리로 자리를 좁혀 다가올 쯤, 테이블 위에는 유자처럼 6병이 쌓여 있었다. 십팔! 우리는 18번 방에 있었다. 내가 네병. 여친님이 두병 정도 드신 상태였고. 잠깐 걸려온 전화로 통화를 하는 사이, 여친님이 자꾸 옆에서 추근덕추근덕 본나 예쁜 얼굴로 나를 꼬셔주셨고. 너 자꾸 이러면 내가 가만 안둘거라고 농담따먹기를 하며 오늘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새기는 8:45.


으음. 어느 순간인가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여친님한테 입술 박치기를 하고 있었고. 막 눈앞이 어질거리고 번쩍번쩍 할 정도로 흥분이 피어올라서 내가 내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저 단내나는 근원지인듯한 목덜미를 미친듯이 빨아댔는데 연애를 7년 쉰 참는 변태를 건드린 댓가로 커다랗고도... 선명한... 마크를 얻으신 여친님. 그러나 침착하시게도 핸드폰 어플로 근처 지도 검색을 좀 하시더니 꽐라가 된 나에게 카드를 주며 술집 계산을 맡기고 화장실을 다녀오시더니 곧 근처 모텔로 나를 인도하시었다. 


호텔입구에서 계산하는데 또 나는 정신이 1도 없었고. 순하리 4병을 1시간 안에 마신 위엄은 실로 엄청났달지. 여친님이 술집 계산하라고 줬던 카드 어딨는지 모른다고 어깃장을 부리고(나중에 노트북 가방에서 발견됨. 병신.) 결국 회사 카드로 결제하고(이때 약간 취한 정신머리에도 여친님이 본나 멋있어 보였음..) 엘베를 타고. 올라갔는데 거기가 604호. 시발 육처나. 엘베에서도 못참고 본나 키스를 했던 것 같고 현관 들어가서부터는 새벽까지 계속 필름이 끊겼다 들어왔다 했다. 기억나는 장면들은 기빨리게 선정적이고도 야하고도 아름답고도 섹시해서 진짜 하나도 까먹고 싶지가 않다. 거의.. 으르렁거리다시피 소환된 내 안의 또 다른 나님께서 여친님을 얼마나.. 괴롭히고.. 잡아먹을 듯 했던가. 여친님도 내가 그러는 걸 처음 보고. 나도 여친님한테 그래보는게 처음이다보니 이성을 잃은 나는 둘째치고 여친님께서 실제로 너 누구냐고 하시기도 하고(..) 다른 사람 같다고도 하시며.. 대체 어디에 이런 변태력을 숨겨놨었냐며 끙끙 죽어가시는데 씨발 본나 참아 온 변태인 나는 얼마나 이러고 싶었는지 아냐며, 되려 뻔뻔하게 굴었더랬다. 입술이며 목덜미뿐만 아니라 가슴, 허리, 배 어디 하나 빼놓지 않고 잇자국이 날 만큼 물고 빨고 씹어대며, 역사적인 첫 거사를 치르고 둘이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심지어 집에 전화도 안 함.    


새벽녘에 일찍 눈을 떴는데 알몸이신 여친님이 옆에 누워있었고. 나는 그제야 그 모든 일들이 실감나서. 다시 한 번 꼼꼼히 여친님의 아름다운 나체를 알현했다. 끙끙대며 다시 안겨오는 달콤한 몸의 사랑스러움에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걸 진짜. 본나게 하고 싶었구나. 얘랑. 그 생각이 거의 충격적일 정도로 머리를 때렸고, 여친님이 생리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멍충한 짓을 자꾸 했다. 너무 오랜만에 만져보는 타인의 몸이라, 너무나 간단한 사실들도 간과할만큼 연애고자가 되어 있던 나였지만. 이후에 뭐가 있을까 정말 무섭고 겁이나서 걱정병자처럼 굴었던 나였지만. 저를 품에 안고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나에게, 정말로 너무나 듣고 싶었던 그 말. "우리, 지금까지 좋았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똑같이 좋을거야. 괜찮을거야"하고 제일로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준 은혜로운 여친님 덕에.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다시 잠들 수 있었다.


근데 앞으로도 똑같이 좋을거라는 여친님 말은 뻥인 것으로 금세 확인되었다. 

이전보다 훨씬

훨씬

더 많이 좋음.

개좋음. 짱좋음. 

진짜진짜 좋음! 오백만배쯤 더 좋음!ㅎㅎ 


그렇게 6월 19일. 나와 여친님의. 우리의. 행복한 연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다시 한 번, 나를 꼬셔준 여친님의 현명하고 영롱한 눈빛에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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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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