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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 연애천재 여친님과 성실정력열애 중 / 렛세이 4기 화요일의 낑깡 / #Pride #LoveWins #LoveIsLove #Feminist 김철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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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연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4.03 4월 1일-2일 +288-289

지난 금요일에는 만나고 싶은 마음을 잘 참지 못하고, 답지 않게 떼를 썼다. 여친님께서는 별로 떼를 쓰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스스로는 꽤.. 낭패라고 생각했다.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에 있어 여친님과 나의 에너지가 다름을 인정하고 난 후에는 나름대로 아주 열심히 여친님의 컨디션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어려운 일이기는 했지만, 연애 초기에 그렇게 얄팍한 체력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열흘이 넘도록 매일매일 나를 만나고 저녁시간을 함께보냈던 여친님을 생각하면 귀신같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그런 마음씀이나 배려들이 느껴질 때면 여친님에게 거의 무한한 사랑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주 만나지 못하는 건, 내가 따로 애달프게 생각할 일까지는 아니고 그저 서로 일상을 버틸 컨디션을 적당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 정도다


하지만.. 거기에 다이어트까지 더해지다 보니 만나고 싶은 때에 못 만난다,는 얕은 억울함이 꽤나 층층이 쌓였던 모양이다. 분명히 함께해도 좋을 저녁인데 칼로리를 이유로 만나지 못한다니. 순간적으로 그게 너무 괴롭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인 건데, 그 순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이어트는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일이고, 분명히 눈에 보일 정도로 서로의 컨디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조금 더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약간의 반성.. 


결국 여친님에게 "제발 만나주세요ㅡ"라는 말을 들을 만큼 추태를 부렸지만, 데이트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스카쟌 입은 여친님ㅠㅠㅠㅠㅠ우주제일 귀여워서 심쿵심쿵ㅠㅠㅠㅠ 지난번에 가려다가 사정상 실패했던 종로의 즉석떡볶이 집에 들러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야무지게 취해버린 우리는.. 또 다시 헤어지기 싫어지고... 무슨 시트콤의 한장면처럼 눈빛에 불꽃이 튀고ㅋㅋ 둘 다 급하게 어플을 열어 숙박을 예약했다. 방을 잡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채로, 열심히 포켓다이가 있는 당구장을 찾아가서-비투비 데이트는 당구장ㅋㅋ- 고전하는 나를 실컷 비웃으며 게임하신 당구천재 여친님..ㅋㅋ 난 여친님이 신나게 당구를 치실 때마다 신기하고 귀엽고 마냥 좋다. 내가 좀 더 잘 치면 좋을 것 같지만 당구 큐대를 잡아본 역사가 고작 3회차인 내가 술까지 취해서 잘 해낼 수 있을리 만무.. 그래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임했지만 여러번 웃음을 샀다. 여친님은 내게 못치는게 당연하다며 본인이 코치해준 내용을 잘 이수할 때에는 폭풍 칭찬도 아끼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수준이 비슷한 사람과 치는 재미만은 못할테니 몰래 연습이라도 좀 해야할 것 같다. 방에 들어가서 프로듀스 최종화를 보고 여친님이 사주신 입욕제로 욕조놀이까지 하고 잠들었다. 방을 빌려놓고 한 번 밖에 못하고 잠든 것도 처음이긴 했는데 시간도 늦고 술도 꽤 들어가서 좀 피곤했던 우리.. 깊게 잠들지 못하는 여친님이지만 색색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자는 걸 보고 나도 잠들었다. 여친님의 정말정말 사랑스러운 잠꼬대 하나. 뒤척거리다가 "여친 사랑해.. 여친 너무 좋아.."하면서 따끈한 몸이 품으로 쏙 들어올 때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걸 안고 있는 기분이 된다. 조심스럽게 이마 위로, 머리카락으로, 살짝 벌어진 입술 위로 입맞추고 나도 그렇다고 대답하며 다시 잠드는 때의 행복은 그냥 온통 분홍. 


아침에 일어나서는 여친님 회사 일정이 있으셔서 바지런히 움직였다. 아침부터 너무 만지고 싶고 안고 싶은데 못해서 조금 애가 닳았지만 샤워하고 나와서 몸 닦으시다 말고 멍한 표정으로 몇번이나 뽀뽀해줄 때 심장이 무지무지 뛰었다. 무슨.. 너무 인형같이 예쁘고 난리. 여친님 일정 있으신 동안 집에.. 다녀와야 하는 걸까 조금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친님이 먼저 금방 다녀올테니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주신 것도 엄청 행복했다. 점심을 버스 정류장 앞에 있던 판모밀로 먹고 집에 도착해 화장하고 준비하시는 동안 외출 가방도 챙겨드리고 칭찬도 받았다. 뽀뽀 열번이나 해주는 여친님을 현관까지 나가서 배웅하고 머리위로 하트 했더니 쿨하게 윙크날리고 총총. 옷도 화장도 너무너무 예쁘게 하고 나가셔서 내내 마음이 불안했지만, 그건 너만의 착각이라고 카톡으로 구박하는 여친님..ㅋㅋ 


2시간 정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내 여친님 생각을 했다. 내내 트위터에 여친님 얘기를 하다가 볼일 다 보신 여친님 전화받고 신나서 뛰쳐나갔다. 노량진에는 벚꽃이 한창이었고 꽃길을 걸으면서 사진도 좀 찍고 함께 걷는 길이 너무 좋았다. 길에 있는 로드샵에 들러서 노는 것도 재밌고, 기분이 너무 좋은 내가 깨방정 떨면 내 팔을 꽉 죄면서 "외출을 할 때는 목줄을 해야해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목줄을 짧게 잡아요.."하면서 개취급 하는 여친님 귀여워하기... 글로 쓰고 보니 확실히 닭살개짱이긴 한데 어쩌라구 좋아죽겠는걸. 짧은 일정을 마치고 우리에게 많은 추억이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러 평소처럼 모둠회를 샀다. 흉흉한 일이 있었던 탓인지, 현수막이며 경찰관이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둘이 손 꼭 붙잡고 계속 걱정하고 속상해 하면서 움직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구 시장과 수협의 신 건물 사이에 마찰이 심하게 있는 모양이라 둘다 끙끙..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는 잠깐 동안 집정리의 시간을 갖다가 홈씨어터를 세팅하고 식사와 함께 영화감상 시작! 한참 전부터 보고 싶어했던 <판의 미로>를 함께 봤다.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실컷 하면서 먹고 마시는 사이에 집데이트의 최고 장점!인 스킨십도 충분히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퍼나지>를 이어서 보려다가 실패해서 <500일의 썸머>를 보게 되었는데ㅡ 슬슬 취기도 오르고 워낙 로맨스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친님이신데, 내가 꾸준히 영업하고 인생영화로 꼽은 탓에 보려고 노력ㅋㅋ하고 계신게 보여서ㅋㅋ 옆에서 괜히 더 떠들고 신나하면서 봤지만ㅋㅋㅋㅋ 결국 영화를 끝까지 못보고 잠드시려는 여친님... 어르고 달래서 침대로 올려보내고 저녁 상을 정리했다. 따끈따끈한 몸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기분.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이 일렁거린다. 작은 몸을 내 품 안에 폭 넣고 두 다리를 내게 포갠 채로 끌어안고서ㅡ여친님은 이 자세를 하고 있을 때 자기가 되게 보호 받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속삭이셨는데, 우주제일 귀여움..ㅡ 영화를 보다가, 영화 속에서 우리랑 똑같은 포즈로 TV를 보는 장면이 나와서 둘이 좋다고 키득키득. 뽀뽀도 많이많이 하고 사랑한다고 많이 많이 말하고 집에 갈 채비를 했다. 사실 먼저 잠드는 여친님을 두고 귀가하는 일은 한 두번도 아니고.. 처음에는 조금 서운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게 이제는 꽤 익숙해져 있었는데 잠투정 섞인 여친님의 칭얼거림 속에 "여친 집에 가는거 버스 정류장.. 데려다 줘야 되는데.." 찡찡 하는 말 덕분에 괜히 더 달콤하고 또 쓸쓸한 귀가길이 되었다. 그래도 잠에 막 빠져드는 무방비한 입술에 굿나잇 뽀뽀를 하고 나오는 건 손에 꼽는 행복 중에 하나여서 힘을 내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꽤나 꾸준히 데이트를 자제하고 있다는 둥, 굉장히 절제하면서 만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3월 둘째주에 여친님 집이 비었던 날부터 이번 주말까지 내내 함께 잤다. 동네에서 가보고 싶어했던 맛집에 갔다가 집에들어와 프듀를 보고 잤고 다음날은 늦게까지 뒹굴거리면서 해장하고 낮잠도 자고 피자도 시켜먹으면서 알콩달콩 놀았다. 


셋째주에는 금요일 밤 여친님이 회식에서 너무 취하시는 바람에 2시간도 넘게 걸릴 우리집에 오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신 일이 있었다. 안절부절하다가 결국 종종 가던 곳에 숙박을 예약하고 모시러 갔는데, 밤새 자기가 날 사랑하는 걸 알고 있냐고 백번은 물어본 것 같다. 그렇게까지 취하신 건 오랜만이었는데 그덕에 코피터지게 귀엽고 야했다는 건 비밀. 이런저런 주사를 부려서-회사에서 연밍아웃 한 얘기 열 번, 혀는 다 풀려서 수선 받은 옷에 대한 얘기도 열 번, 묶어 달라고 떼를 쓰다가, 풀어달라고 호통을 치다가 기타 등등- 다음날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여친님은 조금 미안해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본인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시면서 일단락 되었다. 진짜 너무너무 귀여운 생명체... 사실 그 다음날에도 우리집에 다른 지인과 놀러가기로 되어 있어서 이틀이나 함께 잤다. 술에 취하면 칭얼칭얼 끊임없이 사랑고백을 하면서 감도 좋은 몸으로 찰싹 달라붙는 깜찍함.. 그게 다 전부!!! 오롯이 내거라고 생각할 때의 황홀은 달리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넷째주인 지난 주에는 일찍부터 만나 점심을 함께 먹고 대실을 하고 낮잡까지 자다가 저녁으로 함께 공연을 보고 나왔다. 극의 여운 탓인지 그저 마음이 깊은 탓인지 헤어지기 싫다며 보채는 여친님의 말에 나역시 본격적으로 홀랑 넘어가 외박. 함께 하는 밤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이 커지는 것이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우리에게는 그토록 절박할 수가 없다. 낮이고 밤이고 아침이고 욕조 놀이를 하는 것도 너무 좋고. 욕조놀이는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밀도 깊은 스킨십이 최고 장점인듯. 서로에게 닿는 살의 움직임, 향긋한 물결 사이로 나직하게 울리는 목소리. 그게 다 너무너무 좋아서 자꾸만 함께 하는 욕조 놀이를 기다리게 된다. 


 


다음 주말에는 여친님 집이 또 비게 되어서 벚꽃놀이를 갔다가, 함께 귀가할 예정이다. 바로 옆에 말랑하고 기분 좋은 몸이 있고, 거기서 풍기는 달콤한 살내음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가슴이 행복으로 부푼다. 


사실 늦은 저녁 짧은 운동을 하고 난 뒤라 아주 많이 졸리고 피곤하지만, 힘든 월요일을 시작하는 여친님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기분을 불어넣기 위해, 이렇게 우리의 근황을 기록해 본다. 이렇게 내가 우리 연애에 대해, 또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ㅡ 여친님은 내 기록들을 훔쳐보는 걸 좋아하신다고. 별로 실감하지 못했는데 내가 얘기하고 공유하는 내용들을 전부 알아채고 있는 걸 보면 진짜인가봐. 날 사랑하는군,하고 납득이 되는 순간들. 사이사이 기억에 남는 일들은 사실, 트위터로 꽤 기록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어렵더라도 트위터의 내용들을 블로그에도 꼭 기록해 놓을 수 있도록 좀 더 신경써야지 싶고. 이게 바로 기록성애자의 폐해.. 뭐든 의욕만 잔뜩인 것 같다. 이 연애일기도 사실, 별로 구구절절하지도 않은데 한시간이 넘도록 꼬박 붙잡고 있었던 탓에 눈이 뻑뻑 어깨가 뻐근. 윽윽.


고만 자야지. 보고싶다. 함께 있고 싶다. 그 사랑스러운 숨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고 싶다. 벌써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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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철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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